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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는 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을까? 88세 할머니에게 배운 전통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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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가면 장독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어릴 적 시골을 다녀온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장독대를 한 번쯤 보셨을 것입니다. 마당 한쪽에 가지런히 놓인 장독. 그저 된장을 담아두는 항아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거창에서 88세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독대의 위치에도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독은 아무 곳에나 두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장독을 마당 한가운데 두는지였습니다. 할머니는 장독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햇볕도 보고, 바람도 봐야지." 짧은 말이었지만 의미는 깊었습니다. 예전에는 장독대를 만들 때 햇빛이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는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역과 집의 구조에 따라 위치는 달랐지만, 장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생활의 경험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장독 제가 방문한 날도 아침 햇살이 장독 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햇빛을 받은 장독은 따뜻한 색을 띠었고, 주변에는 조용한 산바람이 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장면은 꼭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독대는 계절을 품고 있습니다 봄에는 따뜻한 햇살을 받고, 여름에는 장맛비를 견디고,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를 지나갑니다. 장독은 사람처럼 사계절을 함께 보냅니다. 그래서 된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라, 계절을 담아내는 음식이라는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장독을 보며 배운 기다림 요즘은 무엇이든 빨리 해결되는 시대입니다. 음식도, 택배도, 정보도 빠릅니다. 하지만 장독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계절을 기다리고, 시간을 기다리고, 맛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장독은 음식만 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창에서 장독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독 안에는 된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해 농사의 기억, 가족이 함께한 시간, 그리고 오랜 생...

88세 할머니의 하루, 새벽부터 시작되는 장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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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뜨기 전, 하루가 시작됩니다 도시에 살다 보면 하루는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하지만 거창 산골의 아침은 조금 다릅니다. 닭이 울고, 산에서 새소리가 들리고, 안개가 천천히 걷히기 시작하면 할머니의 하루도 함께 시작됩니다. 8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할머니는 늘 가장 먼저 마당으로 나오십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독을 살피는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 밭에 나가기 전, 할머니는 먼저 장독을 둘러보십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 "밤새 비가 왔네." 장독을 보며 날씨를 먼저 읽으십니다. 저는 장독은 그냥 된장을 담아두는 항아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장독은 매일 살펴야 하는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장은 사람 손을 기억한다는 말 할머니께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잠시 웃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은 거짓말을 안 해."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좋은 콩을 쓰면 좋은 맛이 나고, 서두르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평생 장을 담가온 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밭으로 향하는 발걸음 장을 살핀 뒤에는 밭으로 향합니다. 콩이 잘 자라고 있는지, 잡초는 없는지,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요즘은 아드님이 함께 농사를 도와주시지만, 할머니는 가능한 한 직접 둘러보려고 하신다고 합니다. 평생 이어온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손끝에 남은 세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할머니의 손이었습니다. 굳은살이 박인 손, 햇볕에 그을린 손등, 오랜 세월 농사를 지으며 생긴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손으로 콩을 고르고,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그셨다는 생각을 하니 된장 한 숟갈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전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창에 가기 전에는 전통이라는 말을 조금 어렵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