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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할머니의 하루, 새벽부터 시작되는 장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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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뜨기 전, 하루가 시작됩니다 도시에 살다 보면 하루는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하지만 거창 산골의 아침은 조금 다릅니다. 닭이 울고, 산에서 새소리가 들리고, 안개가 천천히 걷히기 시작하면 할머니의 하루도 함께 시작됩니다. 8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할머니는 늘 가장 먼저 마당으로 나오십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독을 살피는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 밭에 나가기 전, 할머니는 먼저 장독을 둘러보십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 "밤새 비가 왔네." 장독을 보며 날씨를 먼저 읽으십니다. 저는 장독은 그냥 된장을 담아두는 항아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장독은 매일 살펴야 하는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장은 사람 손을 기억한다는 말 할머니께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잠시 웃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은 거짓말을 안 해."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좋은 콩을 쓰면 좋은 맛이 나고, 서두르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평생 장을 담가온 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밭으로 향하는 발걸음 장을 살핀 뒤에는 밭으로 향합니다. 콩이 잘 자라고 있는지, 잡초는 없는지,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요즘은 아드님이 함께 농사를 도와주시지만, 할머니는 가능한 한 직접 둘러보려고 하신다고 합니다. 평생 이어온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손끝에 남은 세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할머니의 손이었습니다. 굳은살이 박인 손, 햇볕에 그을린 손등, 오랜 세월 농사를 지으며 생긴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손으로 콩을 고르고,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그셨다는 생각을 하니 된장 한 숟갈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전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창에 가기 전에는 전통이라는 말을 조금 어렵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